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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앞서 조회 : 1,890




그 이유가 어느 나변에 있던간에, 그저 보편적인 삶을 살지도 못한 터이다.
그런 탓에 질곡어린 삶의 여정을 여과 없이 적은 글이라, 읽는 이에 따라서는 극히 따분할 수도 있으리라 짐작이 간다.
허나 내 뇌리 속엔 좀처럼 지워질 수 없는 지난날에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이다.
내딴엔 굴곡진 숱한 세월을 나름 아금박스럽게 살아왔다고 그 어느 누군가에게 단 한 번 쯤은 애써 항변이 아닌 항변을 해보고 싶어 남기려는 글이다.
그런 연유가 있어 지난날들의 기억들을 글로 옮겨보려했다.
나름 골몰했었나?
오른손 손가락이 따끔해 얼른 바라보았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있던 담배가 다 타들어가 살갗에 닿으려 했다.

희뿌옇게 남겨진 담뱃재가 숨만 크게 내쉬어도 이내 툭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이 지극히 치졸했던 지난 내 삶의 흔적의 잔해처럼 보였다.

조탁한 돌을 천만 번 갈고닦아야 옥구슬 하나를 겨우 얻을 수 있다는 말을 살아오는 동안 귀에 옹이가 박힐 정도로 들어 왔다.
그런 탓에 매번 아주 서툴게 흉내를 내어 써보려고 내딴에는 안간 힘을 써보았다.

살아오는 동안 틈나는대로 숱한 번민를 거듭해보며 많은 생각을 되풀이해 보았다.
어설프게라도 겨우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내 삶이 바로 업보 그 자체인 듯싶다.

삼라만상이 어둠보다 짙은 고요에 침체된 시각인듯 싶다.
어린 외손자의 깊이 잠든 천진난만한 모습에서 나자신 그나마 자위를 얻는 요즈음이다.
티 하나 없는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늘상 그랫듯이 씁쓰레 미소를 지어본다.
허나 처해진 현실적인 여건은 그런 바람을 받아들이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

새까만 두 눈망울로 나 하나만을 믿고 바라보는 어린 생명을 그저 숙명처럼 거두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만 평생토록 들붙어 있던 마음의 빚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숱하게 반복해보았다.
더불어 어린 생명에 대한 혈육의 정을 떠나 나처럼 굴곡진 삶을 답습치 않게 보호해야 할 필연적(必然的) 의무라고 생각한다.

때론 몸서리처지는 숱한 통한의 기억들을 더는 되뇌이기 싫어, 삶의 여정 속에 몇 차례쯤은 삼도천을 건너려고도 했었다.

허나 피폐해진 인성의 밑바닥에도 아직 남아 있는 때가 덜 묻은 감성이 자책인 양 자꾸만 벅찬 되새김질을 반복한다.
이젠 그리 감추려 기를 썼던 치부까지도 여과 없이 들춰내어, 무딘 손끝으로 글 한 자 한 자를 조심스레 써보려 한다.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을 과연 얼마만큼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가를 나 자신에게 수도 없이 반문해 본다.

고개 몇 개만 오르내리다 보면 그토록 되돌아가고 싶어 갈망하는, 모태(母胎)를 묻어놓은 밭두둑이 있는 고향 땅 들꽃뫼 마을에 닿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그리 수도 없이 가고픈 고향이었다.
허나! 막상 한번쯤 가보려고 하면, 딱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우매한 심성에 자꾸만 주저하게 된다.
조갈(燥渴)난 심성이 발걸음보다 늘 앞서지만, 치덕치덕 들붙는 상념들이 날 쉽게 놓아주질 않으려 한다.
끝내는 그쯤에서 어정쩡하게 멈추고 마니 마음은 늘 칙칙한 겨울하늘처럼 어눌하게 내려앉는다.

아마도 귀착점(歸着點)을 찾으려 바동대는 내 모습이 어쭙잖게 보였나 보다.
뜨락 한켠에 오롯히 서 있는 개오동 나뭇가지 위에 잠시인들 쉬어가던 이름모를 새들도 하나 둘씩 내 곁을 떠난다.
비록 미물로 태어났을지라도 잃어버리지 않은 본능이 있기에 어디론가 더없이 자유롭게 훨훨 날아간다.

그런 모습에서 옹색하나마 작은 위안을 얻고, 조금은 홀가분하게 뜨락에 나서려 한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여 주저리 오만 궁상을 떨어봐도, 끝내는 나 혼자임을 그 누구보다 더 세세히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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