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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메로 가는 길 - 20 조회 : 2,260




우리들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삶의 틀에서 나름나름 부딪기며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 같다.
허나 내 아버지께서는 불행하게도 너무나 비참하게 삶의 최후를 마치고 말았다.
그것도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삶을 멈출 수 밖에 없었으니 그로 인한 여한이 이 세상 그 무엇 보다 더 컷을 것 임에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이는 민족분쟁이 남긴 자손만대에 걸쳐 영구히 지울 수 없는 동족상쟁의 처참한 결과물이라 강변코져 한다.

내 아버지의 장례를 어렵게 치룬지 겨우 십 여일이 지났으니 그 설음이 채가시지도 않았을 때였다.
내 아버지의 죽음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끼친 놈들의 앞잡이 노릇을 충실히 하던 종섭이는 날로 기고만장 하기만 했다. 그 정도가 극에 달했으니 글로써는 세세히 열거하기 조차 여려울 정도였다.
옛말에 "미꾸라지 새끼 한마리가 온 강물을 다 흐트려 놓는다" 고 마치 호된 가뭄에 물을 만난 송사리 처럼 이저리 마구 날뛰었다. 그리 온갖 못된 짓을 일삼았으니 분명 인간 말종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 종섭이가 어느 날 면 단위 인민위원회에 부위원장이란 격에 맞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감투 아닌 감투를 쓰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가 부위원장이 된 것이 마치 천하를 모두 다 얻은 것 같이 광기를 부렸다.
그런 비도덕적인 광기를 차마 두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면소재지 큰 길은 물론 제 자신이 몸을 담고 사는 동네 고삿길이 비좁다는 듯이 거드름을 피며 다녔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는 말처럼 제 딴에는 그리 해야만 품격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를 일이였다.
동네 고삿길을 걸어 갈때도 다들 한번쯤 바라는 듯이 공연히 헛기침을 하면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래침을 거침없이 내뱉고 다녔다.
그래서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살벌한 종섭이 눈을 피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참말루 그밥에 그나물이라구 허드니, 으짯스면 좋을까? 그놈 허는 행동머리가 즈그 형놈을 그리두 쏙 빼다가 닮았는지 증말 알다가두 모를 일이구먼 그려 좌우당간에 어여 싸게싸게 이놈에 징글맞은 세상이 훌딱 뒤집어져서 끝나번져야 허는디 말어."

종섭이의 그런 도와 분수에 차고 넘치는 경망스런 행동이 급기야는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군단위 인민위원회 간부급 놈들들에게 더욱 잘 보일려고 퍽이나 애를 썼다.
그 실례로 마을 한복판에 자릴 잡고 있는 기성이 형네 마늘 밭에 인공기를 아주 높게 계양할 목적으로 계양대를 세우려고 혈안이 되었다.

종섭이가 그 숱한 곳을 놔두고 하필이면 기성이 형네 마늘 밭에 계양대를 세우려고한 것은 두가지 이유가 함유되어 있었다.

그 첫번째 이유가 남산리 처녀 흠모. 댓개비
그러자 평시부터 성격이 과묵하시면서도 불의를 보고는 못 참는 기성이 형 아버지께서 왜? 하필이면 자기네 마늘밭에 인공기를 계영할 게양대를 세우려고 하냐면서 극구 반대를 하셨다. 그런 과정에서 종섭이와 극한 말다툼이 일어나 서로 격분한 상태에서 멱살잡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옆에 서 있던 인민군이 기성이 형 아버지의 가슴을 총 개머리 판으로 밀쳐내자 약이 오를대로 올랐던 기성이 형네 아버지께서 인민군을 꺼구로 들어 밭고랑에 내던져 버려 상처를 입혔다고 반동으로 몰아 끝내는 어처구니 없이 처형을 당하고 말았다.

태극기 흔들며 님을 보낸 새벽 정거장 기적이 울려서 만세 소리 하늘 높이 들려오는데

황운이 만연한 금강들녘에
슬픔 모두를 선연한 달빛이 휘어 감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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