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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메로 가는 길 - 21 조회 : 2,088




그 즈음 들메마을에 몸 담고 살던 우리들 모두는 늘 그랬었다.
하루하루의 삶이 하늘의 뜻인양 받아드리며 살았다.
해가 질무렵이면 저녁노을 빛이 읍내로 이어진 시 오리 길 금강 강뚝을 온통 집어 삼키려는 듯했다.
겉으로 보기엔 방대하게 펼쳐진 들녁이 자뭇 풍요롭다 못해 주체치 못할 정도로 찬란하게 보였을련지도 모를 일이였다. 허나 그 이면에는 땅을 소유하지 못해 가난에 틀을 벗지 못한 소외된 자들의 아품이 짙게 서려 있었다.
그저런 시련들을 한데 모두고 모아 아우러주 듯 붉은 노을빛이 온들녁에 가득가득 서렸다.
그즈음이면 삶을 연명키 위해 진종일 젓갈행상을 하신 내 어머니께서 지친 몸으로 집을 향해 걸어오셨다.
그런 내 어머니께서는 달빛에 별빛이 서리면 뒷덜미에 사붓이 내려 앉는 이슬에도 눈물겹도록 고맙게 생각하며 살려 하셨다.
비록 하루 삼시세끼 풋내나는 나물밥을 먹고 살더라도 지아비와 어린 자식을 바라보며 오붓하게 정을 나눌 수만 있다면 더 큰 욕심을 내지 않으려 했던 그런 순박하기 그지없는 시골 아낙네 였다.

겨울 삭풍이 버름한 흙벽에 시름처럼 매달려 있는 시래기두름을 들썩여 마른 땅 위에 미아처럼 나딩구는 가랑잎 처럼 마디 서린 소리를 내었다.

가참하게는 새터 마을 이 보이고 용꽃을 지나 배꽃과 조금 더 가지골과 동싱이가 나왔다. 토끼재를 너머 거름실이 돌꽃메, 메꼴뫼 ,장급, 피앗말 지앗말,ㅅㅐ터말, 광다리. 등화동,술밑 , 포답, 부투골, 낭청이,나바우,

자운영과 독새풀꽃에서 가난을, 해바라기와 능소화 꽃에서 기다림을 , 보랏빛 달개비꽃에서 수줍어하는 시골 소녀의 참신한 수줍음을 엿 보았고 도라지의 흰꽃과 자주빛 꽃에서 진한 모정을, 민들레 꽃에서 삶의 버팀을,
ㄱㅏ을빛에 몸을 불사르는 대추 알알마다 잃어버린 부성애를 ,새하얀 아카시아 꽃에서 때묻은 우정을 맛보았다.깨어져 버린 사금파리를 주워와 밥그릇으로 하고 조가비 껍질로 찬 그릇을 하며 흙밥을 지어 놓고 키득거리며, 서깨가 실은 도투락 댕기를 나풀거리며 자주 옷고름 말아올려 고뿔 감기로 흘러내리는 누런 콧물을 흠치며 딱다 남은 콧물을 버릇처럼 혀를 얼른 내밀어 혀끝으로 핣아먹던 귀분이의 두개씩이나 빠져버린 아랫니가

하루내 푹푹 삶아대던 염천 더위가 어둠살에 기세가 밀려
나도 뉘에게 뒤지지 않을만큼 내 고향에 대하여 물경풍치만을 미숙한 글로라도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한 그루의 다복솔, 가마솥에서 시래기를 삶는 내음,허름하게 기우려진 굴뚝에서 나는 생솔가지 타는 매캐한 냄새. 바짝 마른 보리짚 타는 내음. 미루나무 겁질을 비틀어 만든 호드기 소리.목화다래, 수수이삭,버들붕어,갈탱이
지서의 갓을 쓰고 있는 흐릿한 백열가로등, 나무 전봇대 또는 키 작은 나무의 그림자와 키를 재보며 발끝으로 애긋게 맨땅을 후비며 첫사랑을 고백했던 옥순이,호남선 철길을 오르내리는 기차는 윗 도는 아랫역을 향해 단말마의 비명처럼 기적을 큼직하게 울렸다.
논우렁만큼이나 작은 오두막 집일지언정,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드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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