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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메로 가는 길 - 237 조회 : 1,234




가만히 있어도 몸이 후끈거리게 한여름 더위에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검푸른 빛으로 두드러지게 바라보이는 산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까 하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그마저도 인색하기만 했다.

앞이 시원스레 탁 트인 언덕마루에서 눈을 올려 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 내 산봉우리에 걸쳐 노는 듯 몽실몽실한 구름들이 더는 싫증이 나는지 매정스레 산을 뒤로 밀쳐 서편 들녘 끝자락을 향해 재빠르게 몰려가고 있었다.

산자락에 묻혀 부식된 나뭇잎과 마냥 검푸른 풀잎들의 싱그러운 냄새가 진한 솔향기와 적절하게 어울려 불어오는 남풍 따라 콧속으로 짙게 스며들었다. 그 냄새가 세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잠시라도 말끔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푸르디푸른 청잣빛으로 물들인 파란 하늘을 그리도 빼닮고 싶었나? 진녹색 이끼가 소곳소곳 자라나는 물기 가득 서린 반반한 바위 밑자락에 듬성듬성 남보라 빛 산도라지 꽃이 피어 있었다. 그 틈 사이에 새하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긴 목을 내민 백도라지 꽃이 순한 눈길로 바라보니 그토록 청순한 모습이 갈 곳 몰라 막연하게 헤매는 힘겨운 내 삶에 작은 위안이라도 되는 듯했다.

순덕이 어머니가 표고버섯을 따려고 억센 비바람에 쓰러져 썩은 떡갈나무가 기다랗게 몸을 눕힌 곳으로 발길을 옮기려 했다. 가뜩이나 길이 없고 가파른 숲속에 억세게 뒤엉켜 넝쿨진 가시덤불이 앞을 온통 가로막아 지겟작대기로 가시넝쿨을 탁탁 쳐내 억지로 길을 터 냉큼 다가서 보았다. 그러나 약삭빠른 그 누군가가 먼저 스쳐 지나갔는지 따기 좋은 자리엔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발끝 디디기 힘들고 비탈진 곳에 드물게 조금은 남아 있어 옆에 서 있는 나뭇가지를 조심스럽게 휘어잡고 가벼운 곡예를 하듯 간신히 몇 움큼의 버섯을 따 모았다.

순덕이 어머니는 눅눅한 숲 자락에서 몽당 빗자루 모양의 싸리버섯을 잘 부스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따서 망태기에 담으셨다. 그리고 누르스름한 나팔 모양으로 생긴 꾀꼬리버섯도 따시는데 아직은 철이 조금 이른 듯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잘 익은 살구 같은 냄새가 풍겨나 먹음직스러웠다.
마을 사람들은 이 버섯을 오이꽃버섯이라고 불렀다.

땔나무를 구하려고 아무리 헤매도 철 지난 솔가리는 누군가 어느 틈에 긁어 갔는지 있을 리 없었다. 사람들이 줍다 남긴 솔방울들이 이따금씩 눈에 띌 정도로 흙모래 위에 나뒹굴고 있었다. 비탈진 계곡 아래로 내려서며 이저리 살피다 보니 두서너 해 전 비바람에 쓰러져 너절하게 뿌리를 멋없이 하늘 향해 쳐든 잘 마른 둥치가 보였다. 하지만 덩치가 너무 크고 무거운 나무를 집까지 운반하기엔 내 어린 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욕심을 내는 정도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무도 제대로 못하면서 내 몸보다 조금은 큼직해 보이는 지게를 걸머지고 산에 오른 것이 부질없이 느껴져 자꾸만 지게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조금 가파르게 보이는 둔덕에 무성한 풀숲 사이로 드문드문 선홍색 짙은 색감이 눈에 팍 띄어 진한 여운을 남기는 주황색 동자꽃이 피어 있었다. 가느스름한 꽃잎을 갈라진 제비꼬리처럼 늘어트리고 꽃봉오리를 떠받들고 있는 진초록 줄기와 이파리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맹위를 떨치는 한낮 더위에 나른해지려는 육신을 일깨우듯 산뜻한 생동감으로 다가섰다.

산을 타고 다시 올라서니 순덕이 어머니가 산새들의 각기 다른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참나무 밑 펑퍼짐한 바위에 앉아 방금 캐낸 듯 향긋한 냄새가 나는 제법 큼직한 더덕 한 뿌리를 손톱으로 껍질을 잘 벗긴 다음 나에게 주셔 입에 넣었다. 조금은 쌉싸름하면서도 번져 나는 더덕의 향이 입 안에 가득 차올랐다.

온몸으로 눅눅하게 젖어 오는 산 내음을 뒤로 하고 비탈진 산길을 내려서려는데 희끄무레하게 칠 벗겨진 교회 십자가가 오롯하게 보이는 맞은편 면소재지 앞산 모롱이에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검은 연기가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꽥꽤에엑’ 날카로운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며 남녘 호남평야의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화물열차가 검은 몸체를 점점 부풀리며 눈앞으로 다가서 바라보기에 그 모습이 육중하게 보였다.

철길 건널목에는 읍내 장에 다녀오는 동네 분들이 발길을 멈춰 열차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산마루턱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나보다 훨씬 먼저 앞을 서 달려가는 산 밑 우묵골 병막 터 앞마당에 오랜만에 눈에 띄는 정섭이 형의 모습이 보여 내심 반갑기만 했다.

오솔길 옆 둔덕에 서 있는 잣나무 등을 다람쥐처럼 그리도 재빠르게 타고 오르던 동고비 한 마리가 머리를 갸웃거려 나무하러 왔다가 빈 지게만 지고 내려서는 허접한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조금은 날카롭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병막 터로 내려서려 둔덕을 넘어서는데 자기네 산을 한 바퀴 둘러보려고 오솔길을 올라오는 정섭이 형과 얼굴이 마주쳐 반가운 마음에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정섭이 형! 무지허게 오랜만이네유. 언제 내려왔는감유?”

나를 바라보던 정섭이 형도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야! 너 상민이 아니냐? 참말루 니 얼굴 엄청 오랜만에 보는구나. 어제 늦저녁 막차루 내려왔어. 나두 시방 대전 주인 양반네 일거리가 엄청나게 밀려 부려서 도저히 올 수 없는디 울 아버지가 나한티 편지를 보냈드라. 종구 아버지가 기와집인가 뭔가를 짓는다구 천장 서까래로 올릴 낭구를 자기네 집 산에서 베다가 모잘랐던 모양이여. 우리 집에다 이타저타 말 한 자락 않구 우리 집 비성골 산모랭이에 있는 소나무를 자기네 집 낭구처럼 썩썩 설찮게 베어버렸더라구. 그래도 두 노인네가 사람이 좋아 한동네 살면서 뭐라 따지구 들기두 그래서 그저 그러려니 참구 있는지두 모르더라구. 그 집이랑 우리 집 산 경계선이 맞바라기라 애매하게 보이닌께 자기네 산인 줄 착각한 모양이여. 또다시 베어 낼라구 한다면서 나보구 얼른 내려와서 어떻게 혀 보라구 해서 왔는디, 아까참에 따져 볼라구 찾어가 보닌께 집에 아무두 없어 그냥 돌아왔구먼. 참말루 이따가 저녁참에 동네 내려가면 가만히 안 놔둬버릴꺼구먼. 잘살면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게 없는지 사람 무시하구 넘집 낭구두 막 베면 되는건감? 기나저나 공부할라 땔낭구 하러 댕기느라구 애께나 쓰것다. 땔낭구 하러 먼디까장 댕기지 말구 가차운 우리 집 산에서 삭쟁이라두 주워다 때라. 우리 아버지랑 울 엄니헌티는 내가 말을 해 둘틴께 그리 알어라.”

무엇인가 결연한 표정으로 말을 하여 잘잘못 시비여하를 가리기에 앞서 욕심으로 돌돌 뭉친 어기뚱한 종구 아버지와 얼굴이 살짝 얽은 만큼 쇠심줄처럼 질긴 고집불통인 정섭이 형과의 말다툼이 그간 조용했던 동네에 한바탕 소란스럽게 적잖이 파문을 일으킬 듯했다.

지나간 세월 일제 강제 점령기 때 세운 병막에 울타리를 조성하려고 심어 놓았다는 검푸른 빛을 발하는 측백나무가 근 십 년 가까이 해를 넘겨 나무 밑둥치가 상당히 굵어 보이는 병막 터 울타리를 끼고 도는데 찌는 더위 속에 때를 만난 것처럼 마구 울어 젖히는 매미들 울음소리가 요란스러웠다.

병막 터 앞에 이르니 밭일을 하시려 마당을 나서던 정섭이 형 어머니가 눈에 보여 인사를 공손하게 드리니 가볍게 웃으시며 인사를 받으셨다. 그리고 순덕이 어머니께서 손에 들고 계신 꼴망태를 관심 있게 바라보시며 말을 건네셨다.

“참! 눈들도 밝지. 어쩜! 이렇게나 많이 땄을까? 날랑은 그리 눈에다가 쌍불을 잔뜩 키구 발발거리구 댕겨두 버섯은커녕 냄새두 못 맡것던디. 그나저나 재주가 용하네 그려. 근디 그건 그렇다 치구 이 양반이 작년 늦가실에 애 하나 데리구 니네 집에 살러 들어온 그 아줌마냐? 애기가 지 엄니 인물을 빼닮아서 그런지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설차니 이쁘장허게 생겼네. 그려 그리구 니네 엄니는 어디 장사가 잘되야서 재미를 붙였는지 이쪽으로는 통 발걸음 한번을 안 하니 얼굴 보기두 엄청나게 어렵구나. 니 엄니는 잘 있지?”

해바라기가 오후 해를 향해 노란 머리를 잔뜩 쳐들고 있는 앞뜰 약초밭에서 풀을 뽑고 계시던 어르신도 아주머니 말소리가 밭까지 들렸는지 하시던 일을 멈추시고 허리를 펴 우리들이 서 있는 쪽을 바라보셔 흙 묻은 손등으로 이마에 땀을 훔치시며 가볍게 웃고 계셨다.

요즘 들어 유별나게 아랫동네 진식이네 집으로 나들이가 심해 아침 일찍부터 모습이 보이질 않던 검둥이가 어찌 그리 용케도 알았는지 조금 멀리 떨어진 우리들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와 어벌쩡한 모습으로 내 눈치를 슬슬 살피며 나보다 순덕이 어머니에게 달라붙어 꼬리가 끊어져 나갈 듯이 마구 흔들어 댔다.

뒷동산 높다란 왕소나무에는 이글대는 오후 햇살을 몸에 듬뿍 받아 백옥 같이 빛나는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온 학 한 마리가 검푸르게 번득거리는 청솔가지 숲 사이로 사뿐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희끗희끗한 목을 길게 내민 개망초 꽃들이 간들간들하는 둔덕 너머 밭 자락엔 읍내 장터에서 돌아오신 종구네 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새로 지은 기와집을 앞뒤로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었다.

싸리 울타리 밖으로 길쯤길쯤하게 나란히 서 있는 해바라기가 눈인사를 건네는 사립짝 앞에 닿았다. 작은 초가집이 훤하게 보일 정도로 쪽마루 위에 난데없이 쌀 한 가마니가 큼지막하게 누워 있었다. 읍내 장에서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마루에 앉아 우리들을 기다리시며 군데군데 종이가 찢어져 누런 댓개비 속살이 내보이는 부채를 얼굴에 대고 부치고 계셨다.

쪽마루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성급하게 부듯해지기 보다는 간고한 집안 형편에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하는 쌀가마니에 대한 출처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리고 궁금해지는 만큼 꼬리를 무는 의문이 더욱 증폭되었다.

앞뜰 논배미 서 마지기를 밤낮으로 빚에 쪼들려 견디다 못해 면 소재지 점방 집 털보 염씨 아저씨한테 팔아 넘겼다. 그 돈으로 종구네한테 갚아야 할 빚 원금에 두 해를 넘긴 이자까지 갚았다. 그리고 지난겨울 혹한에 장사를 못하시고 긴 밤을 새우시며 뜨개질을 하셔 살림에 보탰어도 고생하신만큼보다는 그리 큰 수입이 되질 못해 모자라는 겨울 양식을 구하려 조금씩 쪼개 쓰셨다.

그리고 내 입학 등록금으로 다시금 남아 있던 돈을 쓰셔 앞 들녘 논 서마지기를 판 그 돈이 이제는 거의 바닥이 나서 쌀 한 가마니를 사 드릴 입장은 못 되는데도 분명히 쌀 한 가마니는 저렇게 쪽마루에 누워 있으니 아직은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지 않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필시 동네 누구네 집에서 빚을 다시 내신 듯해 보였다.

집집마다 보리쌀이 거의 다 떨어져 양식 걱정에 살기 어중간한 한여름에 쌀 한 가마니를 선뜻 빌려 줄 만큼 여유 있는 집은 아무리 눈 씻고 보아도 두서너 집뿐이었다.

그렇다고 남에게 맡겨 놓을만한 땅 문서 쪼가리 하나 없는 간고한 형편이 물밑 들여다보듯 뻔해 아무리 비싼 이자를 준다고 하여도 빌려주기는커녕 그냥 가만히 만졌다 제자리에 놓는다고 해도 만지지도 못하게 그냥 펄쩍 뛸 사람들인데 그럴 리는 만무했다.

혹여나 하고 생각을 해보는 옥순이네도 옥순이 중학교 등록금 마련에 들어간 쌀가마니도 만만찮았다. 그새 중간에 어머니가 친구랍시고 일부는 갚은 걸로 알고는 있지만 조금씩 빌려다 먹은 쌀과 보리쌀도 수월찮을 테니 그 또한 아닌 듯싶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궁금한 마음에 아주머니의 등에서 내린 순덕이가 선잠에서 깨어나 투정을 부려 달래시려는 듯 순덕이 등을 다독거려 주시는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렸다.

“엄니! 이거 누구네 집에서 가져온 쌀이여? 또 넘에 집에다 빚을 졌는감?”

말끝을 흐려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려는데 내 생각이 지나친 기우인 것처럼 여유로운 모습에 환하신 얼굴 표정으로 말씀을 하셨다.

“음! 이거 내가 읍내 조씨 아저씨네 점방에서 올가실 김장철에 부지런히 벌어서 갚기로 하고 쌀 한 가마니 값 빚을 내서 그 돈으로 종구네 집에서 사들여 온 거야. 왜? 혹시나 하구 걱정을 한 모양이구나. 그러닌께 그런 걱정일랑은 아예 붙들어매두구 널랑은 쓰잘데기없는 생각은 눈곱만치두 허질 말구 허는 공부나 열심히 허면 되는 거여, 알았지?”

더 이상은 그런 질문을 거듭 받기 싫으신 눈빛으로 말씀을 서둘러 마치셨다.

그러나 내 입장은 달랐다. 지난 세월 종구 아버지에게 지긋지긋하게 들볶이며 살아왔던 악몽이 되살아나 내 어머니와 읍내 조씨네 점방 아주머니가 같은 고향 친구이자 국민학교 동창생이라 아무리 허물없는 친구 지간이라 하더라도 남의 돈을 빌렸으니 그 돈을 갚을 때까지는 이자를 갚아 나가야 하는 심리적 부담에 다시 한 번 어머니에게 여쭤 보았다.

“그럼 조씨네 집에두 그 돈 다 갚을 때까장은 비싼 이자를 물어야 허것네.”

다시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려 하자 어머니께서 자꾸만 보를 채는 순덕이를 달래려고 종이에 싼 알록달록한 커다란 눈깔사탕을 순덕이 손에 쥐어 주시며 말씀하셨다.

“야가 넘 말헐 때는 어디 마실 갔다 왔는감? 내가 내둥 말헐 때는 귓구녕 놔두구 뭐 했냐? 그리구 이자는 별스레 높지는 않지만 넘 돈 빌렸으닌께 당연히 이자는 갚아야 허는 건디. 그걸 가지구 뭘 그리 꼬짓꼬짓 따지구 드는지 모르것네 그려. 그렇게 니 에미가 걱정스럽걸랑 짬만 나면 노는디다 불키구 달려들지 말구 글씨 한 자라두 똑바루 머리에 익혀. 에미처럼 양식 걱정이나 허면서 지긋지긋허게 살지 말구 나중에 니놈이라두 넘들 앞에 떡 보라는 듯이 살으야 쓰지 않것냐? 참! 모지락스런 팔자 복두 지지리 없어 서방 먼저 세상 뜨구 살점이라구 남은 거 니놈 하나 쳐다보구 사닌께 증말루 바싹 정신 차려서 잘혀야 헌다 에이구.”

말을 끝마치신 어머니께서는 조금 멀리 바라보이는 서편 들녘 끝머리쯤에 아른거리는 해질 녘 녹연(綠煙)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온 식구의 귀에 다 들리도록 아픈 만큼 깊고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스러져 가는 노을빛 속에 싸리울 밑 풀숲에서는 어둠을 부르는 듯 섧게만 느껴지는 풀벌레 울음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퍽 반갑지도 싫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느낌을 잔뜩 주는 쪽마루에 놓인 쌀가마니가 내 작은 바람과 그리고 내 어머니의 말씀처럼 작은 기우(杞憂)에서 멈춰 주길 바랐다. 어찌 보면 그만큼 가난에 익숙하게 잘 길들여져 움츠린 마음은 갑작스레 일어나는 큰 변화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감한 심성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도 늘 마음 한쪽으로는 비록 삶의 토양이 비옥(肥沃)하질 못해 척박(瘠薄)할지라도 우리 네 식구가 아무런 걱정 없이 포근하게 살기를 마음 깊이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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