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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 좋은 비둘기 한 쌍 조회 : 1,719




이렇게 가슴이 아려 오는 아픔을 처음으로 겪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두 차례의 명절, 맘속으로 받아드려야 하는 고통이 참으로 크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늘 그러러니 하면서 그날 하루를 서둘러 넘기려 한다.
어찌되었던 간에 다시금 추석 명절이 그리 멀지 않게 다가온다.
명절이 기쁘고 즐겁다는 평이한 생각보다는 그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하나밖에 없는 어린 외손자가 영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그런 모든 아픔을 이미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탓에 이젠 그 응어리진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면역력이 어느 정도는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허나 막상 명절이 다가오면 아직은 어린 외손자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처해진 모든 여건이 순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흡족하게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그저 애석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욱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몹시 안쓰럽고 미안키만 하다.

그러면서도 속된 마음은 이 모든 것이 아이의 타고난 운명이라고 서둘러 귀결 지으려 애를 써 본다.
참으로 궁색하게 마음을 다부지게 먹으려 했다.
그렇게라도 하면 번민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 마음이 덜 무거울 것이라고 너무도 안이하게 생각했다.

분명 그것은 내 자신 스스로가 어린 아이에게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자신의 편익만을 추구하기 위해서 내 스스로가 자초하는 모순적인 우매한 사고라고 곁들여 생각했다.
그래서 늘 마음속으로만 조심스럽게 생각할 뿐이었다.

잔뜩 찌푸린 날씨처럼 마음이 온통 뒤숭숭해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심사에 뜰로 나섰다.
안동네로 이어진 회색 콘크리트 전신주의 전깃줄 위에 비둘기 한 쌍이 다정스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같은 곳으로 머리를 돌려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미루어 짐작컨데 아마도 둥지에 두고 온 어린 새끼들이 생각나서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무엇인가 서로 진지하게 말을 나누고 있는 것 처럼 보여져 내 나름대로 상상을 해 보았다.

“기나즈나 철딱서니 읍는 어린 것들은 으째 집에서 잘들 놀구있능가 으쯘가 모르것소 잉.”

“아따, 임자는 걱정도 팔자구먼 그려. 아, 글씨 자식새끼들 허고 떨어진지가 을매나 된다고 그랬쌌는지 당췌 모르긋구먼 그려, 참맬로 그새지간에 뭔 일이사 있긋능감?”

“워메 당신은 으찌 그리 인정므리는 눈꼽맨큼도 읍씨 자꾸만 그런당가유? 나사 애덜 땀시 요로콤시루 신경이 씨여 영 죽갔구먼.”

“아, 글씨. 아까부터 괜찮다구 내둥 그랬는디 으째 똥매려운 강아지매냥 자꾸만 그려싼는지 모르긋네 그려. 뭐시냐, 거 막말루다가 옆집 아그들은 지미 지애비가 그냥 내팽개쳐놔두 한여름 수수깽이매냥 허벌나게 쑥쑥 잘만 자라던구먼 그려.”

“워따메, 시방 그것이 말이유 방구유? 어디 댈띠가 음써서 그놈으 싸강머리 읍는 집구석에 갔다 댄데유.”

“아따 내가 뭘 워째다구 그려쌌는디야. 오널 따라 유별나게 성화를 부려쌌구 그러는지 도통 모르것구만 그려.”

“아니 뭐시라구유? 내사 입은 비뚜려졌어두 말은 똑바루 하랬다구. 그게 워디 사람 사는 집구석이라유? 두 눈 멀쩡하게 뜨구 있는 지 예펜네, 엿장시헌티 흔신짝 내버리드끼 내팽개쳐번질 때는 언제구, 그새 귓때기 시푸런 어린 년 허구 딴 집 살림 차린 게 참말루 잘헌 일이구먼유. 아이구 그 양반두 천벌을 받지, 천벌을 받고 말 일이여.”

“근디 임자 말이여. 오널 따라 뭣 땀시 쓰잘때기 음는 소리를 설차니 혀쌌구 그러는지 도통 모르긋네 그려.”

“워따매, 그럼 나가 으디 음는 말을 억지루다가 맹기러서 혔는감유?”

“아, 그만 좀 혀. 먼 넘에 날씨 헌질라 꼬질꼬질혀 가지구 비까정 올락말락 혀싸니께 맴이 영 뒤숭숭하구먼 그려
그러닝깨 대충대충 챙길 거나 챙겨 가꾸 싸게싸게 들어 가번지더라구.”

“참말루 그럴랑감유?”

“아따, 그러타니께. 몇 번을 말혀야 알어먹을 참이여. 내사 말헐 때는 으디 읍내 갱갱이(강경)장에 다녀 왔능감?”

“지발 그만 하소. 내사 알어먹을 맨콤 알어먹었슨께. 어여 들어나 갑시다 그려.”

“그러지라. 자고로 예펜네 말 잘 들으야 집구석이 편하구, 밥상머리 겅건이가 달라지닝께.”

“워메, 은제부터 당신이 그러콤시루 내 말을 그리 잘 들었대유? 내일일랑은 해가 스쪽에서 뜨것구만유.”

“어여 서둘러 갑시다. 가만히 생각혀 보닌께 아그덜두 배가 설설 고풀 것 같소.”

“아따 은제는 내둥 갠찬다면서유. 그러닝께 가만 보면 속맴으로는 은근슬쩍 눈치 못채게 내보다 더 우라질 놈덜을 좋아한당께. 나사 쌔끼덜만 잘되믄 암긋두 바랄게 읍갔소.”

“아, 임자. 그기사 으짜긋소. 그 뭐시냐 길을 두구 뫼로 못 간다구 세상 누가 뭐시라 혀싸두 내사 낙이라구는 하늘 똥구멍 밑에 태어난 내 새끼덜 헌티 정 붙이고 사능 거뿐인디”

“아니 뭐시라구유? 그저 여피서 가마니 듣고 있을랑께 인 양반이 우짤라구 나만 쏙 빼놓구 말을 허네 그려. 허기사 나가튼 부엌떼기가 뭐시 대단헌 년이라구 그라것소 잉. 안그런감유? 으디 입이 있으믄 싸게 말을 혀보소.”

“아따 임자 오늘 뭔 날이라두 받았소? 도대체 왜 이러는지 참말루 모르긋네 그려. 나사 천맨 번 말허지만 죽거따 깨나두 당신 하나뿐이구먼 그려.”

“시방 당신이 헌 말 진짜당가유? 참 살다보닝께 당신헌티 빌스런 소리두 다 들어보는구만유. 좌우당간에 듣기 싫지는 않구만유.”

“임자는 허구헌날 넘한티 속구만 살았는감? 아, 진짜배기지. 가짜배긴 줄 아는구먼 그려
기나저나 싸강머리 읍는 비한질라 냅다 퍼부술꺼 같은께 어여 싸게 들어갑시다.
뭐시냐 아그들이 눈깔 빠지게 기달릴꺼닌께

“야 그러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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